기분좋은 레트로 스포츠 네이키드
- KAWASAKI Z650RS
Z650RS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EICMA 2021에서였다. 솔직한 감흥은 ‘별로’였다. 레트로 스타일을 끌어내지만, 클래식한 감성은 아니며 또한 미래지향적이라고 보이지도 않아서다. 하지만 실제 주행을 통해 만난 Z650RS는 정말 좋았다
아니 이거 왜 좋지?
아무런 기대없이 올라타고는 출발하면서 저회전 토크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고 느꼈다. 갑작스럽게 힘이 튀어나오는 느낌은 거의 없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차체를 밀어낸다. 굼뜨다는 인상은 전혀 없지만 갑작스럽지 않고 완전히 그 감각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다. 분명히 오늘 처음 만난 모터사이클인데 왜 그런지 의아할 정도다. 어딘가 기본 구성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진 않을까하고 신호대기 중에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특별할 것은 전혀 없다. 전자 제어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하고(ABS를 제외한), 어시스트 & 슬리퍼 클러치가 장착된 정도다.
저회전 출력이 특히 좋은 SOHC 방식도 아닌 DOHC 엔진이고, 배기량과 출력은 다른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특출나지 않다. 배기량 649cc의 병렬 2기통 엔진은 8000rpm에서 최고 68마력을 내고 최대 토크는 6700rpm에서 6.5kgf-m 정도다. 약간 배기량이 더 크지만 야마하의 MT-07은 689cc의 엔진으로 최고 73.4마력, 최대 토크도 조금 더 크다. 병렬 2기통 엔진은 아니지만 동급 배기량의 V형 2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스즈키의 SV650은 배기량 645cc의 엔진으로 최고 73.4마력, 최대 토크는 Z650RS와 동일한 6.5kgf-m를 낸다. 네오 레트로 스타일과 동급 유일한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혼다의 CB650R은 어떤가. 이쪽은 마력이 압도적이다. 최고 95마력, 최대 토크는 SV650과 동일하다. 길게 늘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Z650RS의 엔진은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 감각은 정말로 의외였다. 힘이 끊이지 않고 정말 기분좋게 발휘되면서 회전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가속감이 둔해지지 않는다.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저항감이 없이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고 딱 그만큼 즐겁게 가속감이 전달된다. 어떤 공포나 두려움도 없이 스로틀 그립을 비틀면서 스스로도 너무 많이 놀랐다. 어떤 굉장함에 기인해서 놀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해서 그랬다. 그런데 그 평범함의 수준이 상당했기 때문에 더 놀랐다. 생각해보라. 평범하고 익숙한 음식일 수록 빼어나기는 정말 어렵다. 기왕에 음식에 비유를 들었으니, 간단히 짜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기본적으로 재료가 신선하고 풍부하게 많이 들어간 짜장면은 기본 이상을 하기 마련이다. Z650RS이 이런 경우일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다. 평범한 춘장과 면에 다른 일체의 재료들도 그냥 무난하고 평범한데 뭔가 아주 조화롭고 어느 하나 튀지 않는 조화로움이랄까. 면은 그냥 기계제면인데 익힘의 정도가 적당하고, 잘 볶아진 채소와 전혀 느끼하지 않은 고기가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심지어는 춘장과 면을 섞어 비비기에도 힘이 들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잘 비벼진 짜장면을 입에 넣기도 전에 맛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전혀 화려하지 않고 분명히 평범한데 맛있는 짜장면을 먹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아마도 내가 가와사키의 Z650RS를 타고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엔진의 계보
결론적으로 Z650RS는 그 엔진이 출력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전달해내는 전반적 과정에서 흐트러짐이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 엔진의 역사가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 거의 15년 전 즈음에 처음 경험했던 가와사키의 모터사이클이 ER-6n이었다. 요즘에는 미들급 병렬 2기통 엔진이 무척 흔해졌지만, 당시에는 미들급에서도 직렬 4기통이 오히려 더 흔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ER-6n은 상대적으로 희귀했다. 하물며 가와사키 브랜드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가와사키를 기억하는 상징적 이름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원래부터 가와사키는 병렬 2기통 엔진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였다. 일본 4대 브랜드가 직렬 4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대량생산하면서 현 시대의 모터사이클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기 이전에 그 성능과 내구성 등을 인정받았던 것이 병렬 2기통 엔진들이었다. 특히 가와사키는 W650(현재는 W800이 계보를 잇고 있는)과 같은 정통파 모델은 물론 수냉식 병렬 2기통 엔진을 탑재한 크루저 모터사이클인 발칸(Vulcan: 요즈음에는 벌컨 정도로 표기해야 할까, 과거엔 모두 발칸이라 불렀다)이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Z650RS의 엔진의 직계 조상을 따라 올라가보면 거기엔 GPZ500S가 있다. 우리는 가와사키의 ‘닌자’를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처음 닌자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것은 미국 시장 내에서 판매 촉진을 위해, 가와사키가 대변하는 일본의 이미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 이름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최근 오랜 시간에 걸쳐 후속편이 등장한 영화 ‘탑 건(Top Gun)’의 주인공이 탔던 GPZ900R에 닌자라는 별칭이 붙게되었고 이후, 이 상징적인 이름은 가와사키의 또 다른 유형의 자산이 됐다. 다시 돌아가 GPZ500S는 오리지널 닌자의 절반이란 뜻으로 하프 닌자라고도 불렸다. 현행 가와사키의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는 닌자650 역시 그 계보가 같다. 이 병렬 2기통 엔진은 ER-5로, 그리고 배기량을 더 키운 ER-6n/f로 계승됐다. ER-6n은 네이키드 타입으로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미래적 디자인을 앞세운 모델이었으며, ER-6f는 카울링을 더해 투어링과 스포츠 주행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현행 닌자650이 이 당시의 엔진을 계승한 것이며, 마찬가지로 Z650RS도 가와사키의 미들급 병렬 트윈 엔진의 오랜 역사를 이어받는다. 그 뿐일까. 사실 이 병렬 트윈 엔진은 가와사키의 미들급 모델 전반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미들급 어드벤처 투어링 모델로 제시되는 버시스 650, 오프로드 지향성이 더 높은 KLX650과 같은 모델도 이 엔진을 사용했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발칸 S와 같은 크루저 모델도 마찬가지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흔히 말하는 ‘사골’ 엔진인 셈이다. 하지만 엔진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고, 생산과 관리, 사용성에 있어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면 분명 이 엔진의 계보는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다른 어떤 무엇보다도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엔진이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한 풍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완성도로 승부할 수 있다
계보를 알아보느라 먼 길을 돌아왔지만 다시 Z650RS 위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Z650RS는 참 경쾌하다. 하지만 전혀 경박하지 않고 진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성이 매우 높다. 다시 밝히지만 구성 요소가 뭔가 특출난 것이 없는데도 그렇다는 점이 포인트다. 프레임은 높은 스포츠성을 발휘하기 위해 강화되었던 약 10년 전의 닌자650 시리즈와는 크게 달라졌다. 물론 현재의 닌자650 메인 프레임은 Z650RS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존의 프레임 대신 신규 개발된 트렐리스 구조의 프레임을 도입하면서 그 이전보다 무게를 거의 20kg 가까이 줄여냈다. 실제로 현행 Z650RS의 프레임 무게는 총 13.5kg 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무게 때문이 아니라 프레임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면서도 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경쾌한 스포츠 주행에서도 부담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물론 아주 본격적인 수준의 스포츠 주행에 이상적이란 뜻은 아니다. 사실 이 부분은 비단 프레임 때문만도 아니긴 하다.
정립식 프론트 서스펜션은 미들급 이하의 쿼터급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도립식 프론트 포크와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부족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도 느긋하게 달리다가 급격하게 브레이크를 당긴다면 프론트 포크가 크게 주저않으면서 라이더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마치 쏟아지는 듯한 거동을 보여준다. 가볍고 경쾌한 핸들링에 기여하는 캐스터 앵글이 24도 정도로 꽤 경사가 깊은 편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캐스터 앵글을 더 넓게. 그러니까 포크를 앞으로 더 뻗었다면 휠베이스와 직선 주행의 안정성이 더 높아지긴 하겠지만 경쾌한 움직임에서 손해가 있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서스펜션은 분명 부드럽고 여유있는 주행성에 더 초점을 맞춘 세팅처럼 느껴진다. 프론트 포크의 움직임 특성이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거기에 적응하면 그만이다. 급격한 브레이크 조작이 차체 전반의 균형을 흐트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브레이크를 좀 더 지긋하게 가져가 서스펜션의 움직임 간격을 좁혀서 즐기면 된다. 여기서 의외로 또 훌륭하다고 느낀 것이 브레이크의 성능이다. 액시얼 마운트 방식의 니신 캘리퍼는 사실 그렇게 높은 성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직경 300mm의 더블 플로팅 디스크와 마스터 실린더의 조합은 그 절대적 성능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제동력보다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조작성에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서스펜션의 움직임 특성을 감안해서 그것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조절하려고 한다면 브레이크의 조작성이 필수적인데 그 수준이 무척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좀 더 온전하게 익히고 싶다면 처음에는 느긋하게 주행하면서 브레이크에 조금씩 부하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연습하면 좋을 듯 했다. 처음부터 급격한 조작과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겠다고 조급하게 조작하는 것이 반복되면 실제로 Z650RS가 가진 성능을 끌어내기 이전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전의 이유
Z650RS를 직접 타보기 이전에, 그러니까 지난 EICMA 2021에서 Z650RS를 처음 마주했을 때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은 스타일 위주의 모터사이클이란 선입견 때문이다. 레트로 스타일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동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공냉 엔진의 클래식한 멋이 실제 모터사이클의 성능과 그것을 통한 라이딩의 즐거움보다 우선시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는 Z650RS가 그냥 단순히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하기만 한 그다지 특징없고 달리는 재미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레트로 스타일의 디자인이 Z650RS의 가장 큰 특징이자 주된 세일즈 포인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 특징 때문에 Z650RS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모터사이클이 타고 달리는 즐거움이 매력적이란 점을 설명하고 싶었기에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뤘다. 근데 디자인적인 요소는 당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사실 그 전부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Z650RS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Z650RS는 레트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공냉식 엔진을 사용하는 보다 클래식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레트로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한, 미래 지향적인 변주로 레트로를 새롭게 해석하는 네오 레트로 계열과도 닮아있지 않다. 그냥 현대적인 모터사이클로 바라봤을 때에도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 계기반은 컬러 TFT가 보다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졌으며 최근의 라이더들이 요구하는 전자제어 시스템들도 빈약했다.
정통성에 있어서도 그렇다. 가와사키는 Z650RS를 발표하면서 자사의 클래식 Z650을 Z650RS의 정면에 배치했다. 클래식한 Z650의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로써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Z900RS가 Z1(출시 당시의 실제 이름은 900슈퍼4)의 계승자로써 제시되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하지만 Z900RS와 Z1은 모두 직렬 4기통 엔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Z650RS와 오리지널 Z650은 서로 엔진의 형식이 완전히 달랐다. 직렬 4기통의 Z650RS가 등장해야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병렬 2기통의 Z650RS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이유들로 Z650RS를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큰 반전이 됐다. 스타일만을 생각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현대적인 기준에서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디자인과 정통성적인 측면은 주된 매력 포인트가 아니라 오히려 풍미를 높이는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출난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가 높아서 그랬다. 앞서 짜장면에 빗대어 비교한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디자인과 정통성에 대한 부분은 짜장면 그릇과 짜장면의 데코레이션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통성에 대한 측면에서 내가 가졌던 선입견은 짜장면은 원래 특유의 녹색 그릇에 담겨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애초에 정통성은 논할 수 없다고 맛을 보기도 전에 트집을 잡은 셈이다. 디자인에 대한 요소를 짜장면의 데코레이션으로 보자면 정갈하게 올라간 완두콩과 펼쳐놓은 약간의 오이 그리고 예쁘게 잘 튀겨져 올라간 계란후라이를 보고 지레 그냥 평범할 뿐 개성적이지 않다고 여겼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특유의 짜장면 그릇에 담겨있고 데코레이션이 예쁘게 잘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맛이 없었다면 전체를 싸잡아 낮게 평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보이는 것이 처음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막상 슥슥 비벼서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보니, 이제서아 그 매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달까. 결국엔 맛이 제일 중요했다는 의미다.
레트로 스타일을 가미한 미들급 스포츠 네이키드
풍미를 더하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들을 이제 하나 하나 더 짚어보자. 전형적인 네이키드.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하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전형을 상징하는 것은 2개의 포탄형 계기반과 원형 헤드라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가와사키는 이미 자사의 닌자650에서 컬러 TFT 계기판을 적용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라이돌로지(RIDEOLOGY) 앱 등을 개발했지만 Z650RS에는 이런 설정을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 라이더의 경험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특유의 레트로한 스타일과 어울리는 설정은 아니다. 물론 아쉬움을 표할 수 있지만 정 그것을 원한다면 닌자650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원형 계기반은 아날로그 방식의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로 각각 나눠지며, 그 사이에 LCD 창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전달한다.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전통적인 방식과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그다지 트집 잡을 것은 없다.
핸들바는 그 폭이 꽤 넓고 조금 더 높다. 기존의 현대적 Z650과 비교했을 때, 핸들바의 높이는 약 50mm가 더 높아졌고 라이더 쪽으로 약 30mm가 더 가까워졌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더 편안하고 느긋한 자세가 연출된다. 라이더가 상체를 깊게 숙이지 않더라도 손쉽게 핸들바에 손이 닿는다. 또한 핸들바의 조향각도 좌우로 35도로 늘어났다. 닌자650의 32도보다 3도 가량 더 확보된 것이다. 닌자650과 비교할 부분이 또 있는데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이 그렇다. 닌자650의 경우엔 프론트에 직경 272mm 디스크를 적용한 한편, Z650RS는 300mm로 오히려 더 직경이 크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지만, 차체의 균형을 잡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리어 브레이크 디스크도 Z650RS 쪽이 더 큰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무게도 차이가 있다. 레트로 스타일이지만 풀 카울을 입고 있는 닌자보다 Z650RS는 더 가볍다. 장비 중량으로 Z650RS는 187kg, 닌자650은 193kg이다. 공기 역학적 요소 덕분에 닌자650이 조금 더 빨리 달리기에 유리할 수 있겠지만, 고속을 유지하는 구간이 길지 않은 테크니컬한 코스에서라면 Z650RS가 닌자650보다도 빠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통적인 원형의 헤드램프는 상대적으로 형님 격인 Z900RS 보다는 작다. 사실 과거 할로겐 램프를 사용할 때에는 충분한 광량을 제공하기 위해서 유닛 전체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 크기가 작아졌다고 광량이 부족해지고 그렇진 않다. 또 Z650RS의 전체적인 크기가 상대적으로 아담하기 때문에 전체 균형면에서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시트고는 820mm로 설정되어 있다. 아주 접근성이 높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충분하다. 엔진과 차체 전반의 질량이 엔진을 중심으로 잘 집중되어 있어 그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기도 하며, 서스펜션의 움직임 폭이 큰 만큼이나 실제로 시트에 앉았을 때 발 착지성은 꽤 여유있게 확보된다. 물론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Z900RS와 비교해 슬림한 병렬 2기통 엔진 덕분에 모터사이클과 라이더가 일체화되는 밀착감도 높다.
실제 시트고는 닌자650보다도 조금 더(30mm) 높다. 대신 풋 스탭과의 거리가 좀 더 여유 있어지고 그 덕분에 무릎을 조금 덜 굽힌 상태에서 여유있는 포지션이 연출되는 점도 포인트다. 또 시트는 앞쪽이 좁고 뒤로 가면서 넉넉하다고 느낄 만큼 넓고 평평한 편이다. 이런 설계 역시 정통 네이키드 스타일을 따르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앞쪽이 좁은 덕분에 발 착지성이 높은 점도 문턱을 낮추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의외인 것은 연료 탱크다. 특유의 유려하고 풍만한 곡선 때문에 그 용량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그 부피감도 상당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트 위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시트는 풍선이 아니라 거의 원통처럼 보인다. 실제 폭도 예상보다는 훨씬 좁다. 크게 부푼 레트로 스타일의 연료 탱크가 종종 니 그립에 불리한 경우가 있는데 Z650RS는 그런 걱정은 완전히 접어두어도 좋을 정도다. 연료 탱크의 용량은 12리터. 앞서 밝힌 것처럼 풍만하게 보이는 것에 비하면 실제 용량은 조금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터 당 23.4km 수준의 연비 효율은 주유에 대한 걱정을 줄여준다.
경쾌한 발놀림을 제공하는 휠은 캐스팅 타입이다. 하지만 가와사키는 캐스팅 휠 임에도 레트로한 와이어 스포크 휠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해 스타일과 운동성 모두를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라이더의 입장에서 유지 관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도 포인트다. 테일 램프와 리어 카울은 Z1 이후 이어져 온 특유의 스타일을 계승한다. 테일 램프 위로 리어 카울이 덮이고, 또 그 리어 카울의 위로 시트가 덮이는 듯한 덕 테일 스타일의 디자인은 Z900RS와도 매우 흡사하다.
전반적인 스타일링에 대한 선호도나 호불호는 개인차에 따르겠지만 확실한 점은 그냥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가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실제로 그냥 보는 것과 Z650RS를 타본 이후에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직접 주행하여 단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온전한 라이딩의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을 전제로 면밀하게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냥 볼 때보다 훨씬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Z650RS는 형님 격인 Z900RS의 작은 버전이 아니다. 극히 개인적인 선호도에서 Z900RS와 Z650RS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Z650RS의 편을 들 것이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그 두 모델을 모두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Z900RS가 더 전통적인 스타일을 갖추고 있으며 배기량이 더 여유있고 4기통 특유의 멋과 맛이 있지만, Z650RS만큼 경쾌하진 않다. 그리고 언제든지 시원스럽게 스로틀 그립을 열고 그 쾌감을 수시로 맛보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쪽은 Z650RS다. 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Z650RS보다 출력이 높은 모델들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이처럼 부드럽고 경쾌하면서 순순히 자신의 실력과 매력을 드러내주는 솔직한 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에 더 그렇다. Z650RS와 함께 동급으로 묶일 수 있는 모델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면 더 확실하겠지만 말이다. 자, 문제는 결국 가격이다. Z900RS가 베이스 모델인 Z900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가격에 책정된 것이 불만이었던 것처럼 Z650RS의 판매 가격이 높게 책정된 점은 여러모로 아쉽다.
Z650RS의 판매 가격인 1320만원은 동급의 거의 모든 모델들과 비교하더라도 가장 높은 편이다. 조금만 더 문턱이 낮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애초에 가와사키 본사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 더 문제다. 경쟁 모델 혹은 비슷한 레트로 콘셉트의 모델들을 선택지로 두고 있다면 조언할 수 있는 포인트는 이런 것이다. 그저 외형적인 스타일만이 중요하다면 Z650RS는 과잉 투자가 될 수 있으며, 다양한 부가 기능과 현대적인 성능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하면 Z650RS는 일찌감치 탈락 될 수 있다. 그 대신 레트로 스타일과 손쉬운 사용성, 그리고 현대적 성능을 모두 갖춘 모델을 원하는 이들에게 Z650RS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냥 예쁘기만하면 재미없다. 상대적 희소성은 덤으로 가져가도 그만이다.
엔진형식 | 수냉 DOHC 병렬 2기통 |
배기량 | 649cc |
보어×스트로크 | 83.0mm x 66.0mm |
최고 마력 | 68ps @ 8,000rpm |
최대 토크 | 6.5kgf-m@6,700rpm |
압축비 | 10.8:1 |
시트고 | 820mm |
휠베이스 | 1,405mm |
차량 중량 | 187kg |
연료 탱크 용량 | 12L |
전장x전폭x전고 | 2,065mm x 800mm x 1,115mm |
타이어 전,후 | 120/70ZR17, 160/60ZR17 |
차량 가격(개소세 인하 포함) | 1,320만원 |
●글 나경남 ●사진 Vehicle Photography 김성원
●취재협조 가와사키 코리아 대전기계공업 kawasakikorea.com
기분좋은 레트로 스포츠 네이키드
- KAWASAKI Z650RS
Z650RS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EICMA 2021에서였다. 솔직한 감흥은 ‘별로’였다. 레트로 스타일을 끌어내지만, 클래식한 감성은 아니며 또한 미래지향적이라고 보이지도 않아서다. 하지만 실제 주행을 통해 만난 Z650RS는 정말 좋았다
아니 이거 왜 좋지?
아무런 기대없이 올라타고는 출발하면서 저회전 토크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고 느꼈다. 갑작스럽게 힘이 튀어나오는 느낌은 거의 없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차체를 밀어낸다. 굼뜨다는 인상은 전혀 없지만 갑작스럽지 않고 완전히 그 감각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다. 분명히 오늘 처음 만난 모터사이클인데 왜 그런지 의아할 정도다. 어딘가 기본 구성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진 않을까하고 신호대기 중에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특별할 것은 전혀 없다. 전자 제어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하고(ABS를 제외한), 어시스트 & 슬리퍼 클러치가 장착된 정도다.
저회전 출력이 특히 좋은 SOHC 방식도 아닌 DOHC 엔진이고, 배기량과 출력은 다른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특출나지 않다. 배기량 649cc의 병렬 2기통 엔진은 8000rpm에서 최고 68마력을 내고 최대 토크는 6700rpm에서 6.5kgf-m 정도다. 약간 배기량이 더 크지만 야마하의 MT-07은 689cc의 엔진으로 최고 73.4마력, 최대 토크도 조금 더 크다. 병렬 2기통 엔진은 아니지만 동급 배기량의 V형 2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스즈키의 SV650은 배기량 645cc의 엔진으로 최고 73.4마력, 최대 토크는 Z650RS와 동일한 6.5kgf-m를 낸다. 네오 레트로 스타일과 동급 유일한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혼다의 CB650R은 어떤가. 이쪽은 마력이 압도적이다. 최고 95마력, 최대 토크는 SV650과 동일하다. 길게 늘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Z650RS의 엔진은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 감각은 정말로 의외였다. 힘이 끊이지 않고 정말 기분좋게 발휘되면서 회전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가속감이 둔해지지 않는다.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저항감이 없이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고 딱 그만큼 즐겁게 가속감이 전달된다. 어떤 공포나 두려움도 없이 스로틀 그립을 비틀면서 스스로도 너무 많이 놀랐다. 어떤 굉장함에 기인해서 놀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해서 그랬다. 그런데 그 평범함의 수준이 상당했기 때문에 더 놀랐다. 생각해보라. 평범하고 익숙한 음식일 수록 빼어나기는 정말 어렵다. 기왕에 음식에 비유를 들었으니, 간단히 짜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기본적으로 재료가 신선하고 풍부하게 많이 들어간 짜장면은 기본 이상을 하기 마련이다. Z650RS이 이런 경우일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다. 평범한 춘장과 면에 다른 일체의 재료들도 그냥 무난하고 평범한데 뭔가 아주 조화롭고 어느 하나 튀지 않는 조화로움이랄까. 면은 그냥 기계제면인데 익힘의 정도가 적당하고, 잘 볶아진 채소와 전혀 느끼하지 않은 고기가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심지어는 춘장과 면을 섞어 비비기에도 힘이 들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잘 비벼진 짜장면을 입에 넣기도 전에 맛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전혀 화려하지 않고 분명히 평범한데 맛있는 짜장면을 먹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아마도 내가 가와사키의 Z650RS를 타고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엔진의 계보
결론적으로 Z650RS는 그 엔진이 출력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전달해내는 전반적 과정에서 흐트러짐이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 엔진의 역사가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 거의 15년 전 즈음에 처음 경험했던 가와사키의 모터사이클이 ER-6n이었다. 요즘에는 미들급 병렬 2기통 엔진이 무척 흔해졌지만, 당시에는 미들급에서도 직렬 4기통이 오히려 더 흔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ER-6n은 상대적으로 희귀했다. 하물며 가와사키 브랜드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가와사키를 기억하는 상징적 이름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원래부터 가와사키는 병렬 2기통 엔진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였다. 일본 4대 브랜드가 직렬 4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대량생산하면서 현 시대의 모터사이클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기 이전에 그 성능과 내구성 등을 인정받았던 것이 병렬 2기통 엔진들이었다. 특히 가와사키는 W650(현재는 W800이 계보를 잇고 있는)과 같은 정통파 모델은 물론 수냉식 병렬 2기통 엔진을 탑재한 크루저 모터사이클인 발칸(Vulcan: 요즈음에는 벌컨 정도로 표기해야 할까, 과거엔 모두 발칸이라 불렀다)이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Z650RS의 엔진의 직계 조상을 따라 올라가보면 거기엔 GPZ500S가 있다. 우리는 가와사키의 ‘닌자’를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처음 닌자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것은 미국 시장 내에서 판매 촉진을 위해, 가와사키가 대변하는 일본의 이미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 이름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최근 오랜 시간에 걸쳐 후속편이 등장한 영화 ‘탑 건(Top Gun)’의 주인공이 탔던 GPZ900R에 닌자라는 별칭이 붙게되었고 이후, 이 상징적인 이름은 가와사키의 또 다른 유형의 자산이 됐다. 다시 돌아가 GPZ500S는 오리지널 닌자의 절반이란 뜻으로 하프 닌자라고도 불렸다. 현행 가와사키의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는 닌자650 역시 그 계보가 같다. 이 병렬 2기통 엔진은 ER-5로, 그리고 배기량을 더 키운 ER-6n/f로 계승됐다. ER-6n은 네이키드 타입으로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미래적 디자인을 앞세운 모델이었으며, ER-6f는 카울링을 더해 투어링과 스포츠 주행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현행 닌자650이 이 당시의 엔진을 계승한 것이며, 마찬가지로 Z650RS도 가와사키의 미들급 병렬 트윈 엔진의 오랜 역사를 이어받는다. 그 뿐일까. 사실 이 병렬 트윈 엔진은 가와사키의 미들급 모델 전반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미들급 어드벤처 투어링 모델로 제시되는 버시스 650, 오프로드 지향성이 더 높은 KLX650과 같은 모델도 이 엔진을 사용했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발칸 S와 같은 크루저 모델도 마찬가지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흔히 말하는 ‘사골’ 엔진인 셈이다. 하지만 엔진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고, 생산과 관리, 사용성에 있어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면 분명 이 엔진의 계보는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다른 어떤 무엇보다도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엔진이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한 풍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완성도로 승부할 수 있다
계보를 알아보느라 먼 길을 돌아왔지만 다시 Z650RS 위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Z650RS는 참 경쾌하다. 하지만 전혀 경박하지 않고 진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성이 매우 높다. 다시 밝히지만 구성 요소가 뭔가 특출난 것이 없는데도 그렇다는 점이 포인트다. 프레임은 높은 스포츠성을 발휘하기 위해 강화되었던 약 10년 전의 닌자650 시리즈와는 크게 달라졌다. 물론 현재의 닌자650 메인 프레임은 Z650RS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존의 프레임 대신 신규 개발된 트렐리스 구조의 프레임을 도입하면서 그 이전보다 무게를 거의 20kg 가까이 줄여냈다. 실제로 현행 Z650RS의 프레임 무게는 총 13.5kg 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무게 때문이 아니라 프레임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면서도 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경쾌한 스포츠 주행에서도 부담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물론 아주 본격적인 수준의 스포츠 주행에 이상적이란 뜻은 아니다. 사실 이 부분은 비단 프레임 때문만도 아니긴 하다.
정립식 프론트 서스펜션은 미들급 이하의 쿼터급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도립식 프론트 포크와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부족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도 느긋하게 달리다가 급격하게 브레이크를 당긴다면 프론트 포크가 크게 주저않으면서 라이더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마치 쏟아지는 듯한 거동을 보여준다. 가볍고 경쾌한 핸들링에 기여하는 캐스터 앵글이 24도 정도로 꽤 경사가 깊은 편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캐스터 앵글을 더 넓게. 그러니까 포크를 앞으로 더 뻗었다면 휠베이스와 직선 주행의 안정성이 더 높아지긴 하겠지만 경쾌한 움직임에서 손해가 있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서스펜션은 분명 부드럽고 여유있는 주행성에 더 초점을 맞춘 세팅처럼 느껴진다. 프론트 포크의 움직임 특성이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거기에 적응하면 그만이다. 급격한 브레이크 조작이 차체 전반의 균형을 흐트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브레이크를 좀 더 지긋하게 가져가 서스펜션의 움직임 간격을 좁혀서 즐기면 된다. 여기서 의외로 또 훌륭하다고 느낀 것이 브레이크의 성능이다. 액시얼 마운트 방식의 니신 캘리퍼는 사실 그렇게 높은 성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직경 300mm의 더블 플로팅 디스크와 마스터 실린더의 조합은 그 절대적 성능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제동력보다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조작성에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서스펜션의 움직임 특성을 감안해서 그것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조절하려고 한다면 브레이크의 조작성이 필수적인데 그 수준이 무척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좀 더 온전하게 익히고 싶다면 처음에는 느긋하게 주행하면서 브레이크에 조금씩 부하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연습하면 좋을 듯 했다. 처음부터 급격한 조작과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겠다고 조급하게 조작하는 것이 반복되면 실제로 Z650RS가 가진 성능을 끌어내기 이전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전의 이유
Z650RS를 직접 타보기 이전에, 그러니까 지난 EICMA 2021에서 Z650RS를 처음 마주했을 때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은 스타일 위주의 모터사이클이란 선입견 때문이다. 레트로 스타일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동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공냉 엔진의 클래식한 멋이 실제 모터사이클의 성능과 그것을 통한 라이딩의 즐거움보다 우선시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는 Z650RS가 그냥 단순히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하기만 한 그다지 특징없고 달리는 재미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레트로 스타일의 디자인이 Z650RS의 가장 큰 특징이자 주된 세일즈 포인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 특징 때문에 Z650RS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모터사이클이 타고 달리는 즐거움이 매력적이란 점을 설명하고 싶었기에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뤘다. 근데 디자인적인 요소는 당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사실 그 전부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Z650RS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Z650RS는 레트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공냉식 엔진을 사용하는 보다 클래식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레트로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한, 미래 지향적인 변주로 레트로를 새롭게 해석하는 네오 레트로 계열과도 닮아있지 않다. 그냥 현대적인 모터사이클로 바라봤을 때에도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 계기반은 컬러 TFT가 보다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졌으며 최근의 라이더들이 요구하는 전자제어 시스템들도 빈약했다.
정통성에 있어서도 그렇다. 가와사키는 Z650RS를 발표하면서 자사의 클래식 Z650을 Z650RS의 정면에 배치했다. 클래식한 Z650의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로써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Z900RS가 Z1(출시 당시의 실제 이름은 900슈퍼4)의 계승자로써 제시되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하지만 Z900RS와 Z1은 모두 직렬 4기통 엔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Z650RS와 오리지널 Z650은 서로 엔진의 형식이 완전히 달랐다. 직렬 4기통의 Z650RS가 등장해야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병렬 2기통의 Z650RS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이유들로 Z650RS를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큰 반전이 됐다. 스타일만을 생각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현대적인 기준에서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디자인과 정통성적인 측면은 주된 매력 포인트가 아니라 오히려 풍미를 높이는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출난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가 높아서 그랬다. 앞서 짜장면에 빗대어 비교한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디자인과 정통성에 대한 부분은 짜장면 그릇과 짜장면의 데코레이션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통성에 대한 측면에서 내가 가졌던 선입견은 짜장면은 원래 특유의 녹색 그릇에 담겨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애초에 정통성은 논할 수 없다고 맛을 보기도 전에 트집을 잡은 셈이다. 디자인에 대한 요소를 짜장면의 데코레이션으로 보자면 정갈하게 올라간 완두콩과 펼쳐놓은 약간의 오이 그리고 예쁘게 잘 튀겨져 올라간 계란후라이를 보고 지레 그냥 평범할 뿐 개성적이지 않다고 여겼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특유의 짜장면 그릇에 담겨있고 데코레이션이 예쁘게 잘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맛이 없었다면 전체를 싸잡아 낮게 평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보이는 것이 처음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막상 슥슥 비벼서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보니, 이제서아 그 매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달까. 결국엔 맛이 제일 중요했다는 의미다.
레트로 스타일을 가미한 미들급 스포츠 네이키드
풍미를 더하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들을 이제 하나 하나 더 짚어보자. 전형적인 네이키드.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하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전형을 상징하는 것은 2개의 포탄형 계기반과 원형 헤드라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가와사키는 이미 자사의 닌자650에서 컬러 TFT 계기판을 적용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라이돌로지(RIDEOLOGY) 앱 등을 개발했지만 Z650RS에는 이런 설정을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 라이더의 경험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특유의 레트로한 스타일과 어울리는 설정은 아니다. 물론 아쉬움을 표할 수 있지만 정 그것을 원한다면 닌자650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원형 계기반은 아날로그 방식의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로 각각 나눠지며, 그 사이에 LCD 창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전달한다.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전통적인 방식과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그다지 트집 잡을 것은 없다.
핸들바는 그 폭이 꽤 넓고 조금 더 높다. 기존의 현대적 Z650과 비교했을 때, 핸들바의 높이는 약 50mm가 더 높아졌고 라이더 쪽으로 약 30mm가 더 가까워졌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더 편안하고 느긋한 자세가 연출된다. 라이더가 상체를 깊게 숙이지 않더라도 손쉽게 핸들바에 손이 닿는다. 또한 핸들바의 조향각도 좌우로 35도로 늘어났다. 닌자650의 32도보다 3도 가량 더 확보된 것이다. 닌자650과 비교할 부분이 또 있는데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이 그렇다. 닌자650의 경우엔 프론트에 직경 272mm 디스크를 적용한 한편, Z650RS는 300mm로 오히려 더 직경이 크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지만, 차체의 균형을 잡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리어 브레이크 디스크도 Z650RS 쪽이 더 큰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무게도 차이가 있다. 레트로 스타일이지만 풀 카울을 입고 있는 닌자보다 Z650RS는 더 가볍다. 장비 중량으로 Z650RS는 187kg, 닌자650은 193kg이다. 공기 역학적 요소 덕분에 닌자650이 조금 더 빨리 달리기에 유리할 수 있겠지만, 고속을 유지하는 구간이 길지 않은 테크니컬한 코스에서라면 Z650RS가 닌자650보다도 빠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통적인 원형의 헤드램프는 상대적으로 형님 격인 Z900RS 보다는 작다. 사실 과거 할로겐 램프를 사용할 때에는 충분한 광량을 제공하기 위해서 유닛 전체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 크기가 작아졌다고 광량이 부족해지고 그렇진 않다. 또 Z650RS의 전체적인 크기가 상대적으로 아담하기 때문에 전체 균형면에서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시트고는 820mm로 설정되어 있다. 아주 접근성이 높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충분하다. 엔진과 차체 전반의 질량이 엔진을 중심으로 잘 집중되어 있어 그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기도 하며, 서스펜션의 움직임 폭이 큰 만큼이나 실제로 시트에 앉았을 때 발 착지성은 꽤 여유있게 확보된다. 물론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Z900RS와 비교해 슬림한 병렬 2기통 엔진 덕분에 모터사이클과 라이더가 일체화되는 밀착감도 높다.
실제 시트고는 닌자650보다도 조금 더(30mm) 높다. 대신 풋 스탭과의 거리가 좀 더 여유 있어지고 그 덕분에 무릎을 조금 덜 굽힌 상태에서 여유있는 포지션이 연출되는 점도 포인트다. 또 시트는 앞쪽이 좁고 뒤로 가면서 넉넉하다고 느낄 만큼 넓고 평평한 편이다. 이런 설계 역시 정통 네이키드 스타일을 따르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앞쪽이 좁은 덕분에 발 착지성이 높은 점도 문턱을 낮추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의외인 것은 연료 탱크다. 특유의 유려하고 풍만한 곡선 때문에 그 용량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그 부피감도 상당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트 위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시트는 풍선이 아니라 거의 원통처럼 보인다. 실제 폭도 예상보다는 훨씬 좁다. 크게 부푼 레트로 스타일의 연료 탱크가 종종 니 그립에 불리한 경우가 있는데 Z650RS는 그런 걱정은 완전히 접어두어도 좋을 정도다. 연료 탱크의 용량은 12리터. 앞서 밝힌 것처럼 풍만하게 보이는 것에 비하면 실제 용량은 조금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터 당 23.4km 수준의 연비 효율은 주유에 대한 걱정을 줄여준다.
경쾌한 발놀림을 제공하는 휠은 캐스팅 타입이다. 하지만 가와사키는 캐스팅 휠 임에도 레트로한 와이어 스포크 휠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해 스타일과 운동성 모두를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라이더의 입장에서 유지 관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도 포인트다. 테일 램프와 리어 카울은 Z1 이후 이어져 온 특유의 스타일을 계승한다. 테일 램프 위로 리어 카울이 덮이고, 또 그 리어 카울의 위로 시트가 덮이는 듯한 덕 테일 스타일의 디자인은 Z900RS와도 매우 흡사하다.
전반적인 스타일링에 대한 선호도나 호불호는 개인차에 따르겠지만 확실한 점은 그냥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가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실제로 그냥 보는 것과 Z650RS를 타본 이후에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직접 주행하여 단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온전한 라이딩의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을 전제로 면밀하게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냥 볼 때보다 훨씬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Z650RS는 형님 격인 Z900RS의 작은 버전이 아니다. 극히 개인적인 선호도에서 Z900RS와 Z650RS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Z650RS의 편을 들 것이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그 두 모델을 모두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Z900RS가 더 전통적인 스타일을 갖추고 있으며 배기량이 더 여유있고 4기통 특유의 멋과 맛이 있지만, Z650RS만큼 경쾌하진 않다. 그리고 언제든지 시원스럽게 스로틀 그립을 열고 그 쾌감을 수시로 맛보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쪽은 Z650RS다. 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Z650RS보다 출력이 높은 모델들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이처럼 부드럽고 경쾌하면서 순순히 자신의 실력과 매력을 드러내주는 솔직한 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에 더 그렇다. Z650RS와 함께 동급으로 묶일 수 있는 모델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면 더 확실하겠지만 말이다. 자, 문제는 결국 가격이다. Z900RS가 베이스 모델인 Z900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가격에 책정된 것이 불만이었던 것처럼 Z650RS의 판매 가격이 높게 책정된 점은 여러모로 아쉽다.
Z650RS의 판매 가격인 1320만원은 동급의 거의 모든 모델들과 비교하더라도 가장 높은 편이다. 조금만 더 문턱이 낮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애초에 가와사키 본사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 더 문제다. 경쟁 모델 혹은 비슷한 레트로 콘셉트의 모델들을 선택지로 두고 있다면 조언할 수 있는 포인트는 이런 것이다. 그저 외형적인 스타일만이 중요하다면 Z650RS는 과잉 투자가 될 수 있으며, 다양한 부가 기능과 현대적인 성능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하면 Z650RS는 일찌감치 탈락 될 수 있다. 그 대신 레트로 스타일과 손쉬운 사용성, 그리고 현대적 성능을 모두 갖춘 모델을 원하는 이들에게 Z650RS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냥 예쁘기만하면 재미없다. 상대적 희소성은 덤으로 가져가도 그만이다.
엔진형식
수냉 DOHC 병렬 2기통
배기량
649cc
보어×스트로크
83.0mm x 66.0mm
최고 마력
68ps @ 8,000rpm
최대 토크
6.5kgf-m@6,700rpm
압축비
10.8:1
시트고
820mm
휠베이스
1,405mm
차량 중량
187kg
연료 탱크 용량
12L
전장x전폭x전고
2,065mm x 800mm x 1,115mm
타이어 전,후
120/70ZR17, 160/60ZR17
차량 가격(개소세 인하 포함)
1,320만원
●글 나경남 ●사진 Vehicle Photography 김성원
●취재협조 가와사키 코리아 대전기계공업 kawasaki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