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더 모토 시승기> A2 ASSASIN - KAWASAKI NINJA 400


A2 ASSASIN 

- KAWASAKI NINJA 400 



가와사키의 닌자 400은 어떤 모터사이클일까. 단순한 동급 최고의 스포츠 모터사이클로만 해석하는 것은 의외의 부작용이다. 

다재다능한 면모로 A2 클래스 최고의 암살자 역할을 해낸다.




감히, 최강  

닌자 400은 동급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력한 경쟁 모델을 한 번 손꼽아 보자. 야마하의 YZF-R3가 가장 먼저 꼽힐 수 있다. 같은 병렬 2기통 엔진, 스포츠 스타일을 갖춘 또 다른 경쟁 모델은 혼다의 CBR500R, 최근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CF모토의 450SR 등이 있으며, 단기통 스포츠 모터사이클로는 KTM의 RC390이 거의 유일하다. 혼다의 CBR500R이 경쟁 선상에 서는 것은 배기량보다도 출력 기준 때문에 그렇다. 국내 시장에서는 모터사이클 면허 체계가 원동기과 2종소형 둘로만 나뉘어져 있으니 해외의 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럼 그 기준은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중소 배기량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것은 유럽의 면허 체계이고 우리가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모터사이클들은 대부분 이 기준에 맞춰 생산된 것들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1리터의 1/4을 의미하는 쿼터. 즉, 250cc를 기준 삼아 ‘쿼터급’이란 명칭이 거의 굳어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 클래스의 모델들을 쿼터급으로 부르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배기량으로 따지면 CBR500R은 거의 500cc급에 가까운 471cc이고, CF모토의 450SR 또한 450cc로 쿼터(250cc)와는 거리가 한참 멀고, 거의 하프(500cc)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모델들은 유럽의 면허 체계상 A2 라이센스. 즉, A2 라이센스로 운행 가능한 모델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이런 모델들은 쉽게 A2 모터사이클 또는 A2 바이크라고 분류하고 있다. 설명이 길어졌지만, 닌자 400은 이런 A2 모터사이클로써 존재하며 그 중에서도 감히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계기판은 준수하다>

<방향지시등은 벌브타입이다>
<잘 생겼다>
<후미등도 LED 타입이다>

<닌자 400은 병렬 2기통 399cc 엔진을 사용한다>

<닛신의 브레이크 캘리퍼 등은 이전보다 성능을 높인 선택이다>



흠을 잡는 것은 가능하다

말 그대로 감히, ‘최강’을 들먹일 수 있는 모델이지만 외관을 뜯어보면 사실은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닌자 650에서 계승된 디자인이야 개인적인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최신 모델다운 면모를 찾기는 어렵다. 실제로 최신형 모델이라고 분류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고 계보를 따지더라도 대대적인 변경이 이뤄졌던 것이 2018년이니, 벌써 5년 전. 그러고보니 닌자 250R에서 닌자 300으로의 모델 변경도 5년이 걸렸고, 또 닌자 300에서 닌자 400으로의 모델 변경이 이뤄진 시점도 5년 만의 일이긴 하다. 따라서 시대에 뒤쳐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헤드라이트나 후미등 등은 LED를 채용하여 시대의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방향지시등의 커다란 알전구는 아무래도 과거의 것처럼 보인다. 2018년 당시에 업데이트 된 아날로그와 디지털 혼합 계기판 디자인은 여전히 나쁘지 않고 시인성이 좋다. 원형 아날로그 회전계와 디지털 속도계, 그리고 기어 포지션 인디케이터도 포함하고 있으니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지만, 2022년형 이후로 풀 컬러 계기판이 적용된 KTM의 RC390의 그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것도 사실. 하지만 다른 일본 제조사의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이 또한 아쉬울 것은 없다. 굳이 흠을 잡겠다면 찾을 수 있는 것이 이 정도다. 이외에도 이야기 할 부분들이 있긴 하다. 별도로 조절이 불가능한 텔레스코픽 프론트 포크나, 액시얼 마운트 방식의 브레이크 캘리퍼와 싱글 디스크 등도 흠을 잡을 요소가 될 수 있긴 하다. 더 나아가면 라이딩 포지션 등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 닌자 400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을까? 그 부분은 실제 주행을 통해서 좀 더 들여다본 뒤에 이야기 해보자.



<동급 최고수준의 실력을 갖췄다>



FOR TRACK DAY

닌자 400은 어떤 모터사이클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어쩌면 많은 이들이 서킷 위에서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국내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참여하는  A2급 이하의 모터사이클들 중 닌자 400의 존재는 확실히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동급 최강’의 모델로 꼽히게 된 이유도 레이스에서의 활약 때문이기도 하다. 탄탄한 기본기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승 차량은 완전 순정 상태. 처음부터 무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트랙으로 진입하기 이전에 시트 위에 앉아 느낀 첫 인상은 차체가 상당히 풍만하다는 것이었다.



785mm의 시트고 덕분에 발 착지성이 매우 우수했다. 양 발 뒤꿈치가 모두 닿은 상태에서 차체를 일으켰으니 그 무게감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당연했을 것이지만,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에도 가벼운 차체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전면 윈드 실드와 엔진 좌우를 덮고 있는 프론트 카울이 상당히 볼륨감이 있는 것 치고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졌달까. 이런 볼륨감은 혼다의 CBR500R과도 거의 비슷하게 생각되었는데 그에 비하면 무게감은 훨씬 덜했다. 실제 무게 차이만 보더라도 서로 동급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배기량에서 72cc나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장비 중량으로 닌자 400은 168kg으로 190kg을 기록하는 CBR500R보다 22kg이나 더 가볍다. 심지어 이 무게는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작고 그만큼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 등에서 닌자 400보다 뒤쳐지는 YZF-R3의 장비 중량 169kg 보다 1kg이 더 가볍다. 괜히 가볍고 경쾌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는 아무래도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순전히 공회전 상태에서 기어를 넣고 출발할 때 정도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하물며 서킷에서라면 극히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 부족을 느낄 것도 없다.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엔진 회전수는 8,000rpm인데 딱 이 지점이 기어를 낮춰 코너를 들어갔다가 탈출하는, 차체를 기울였다가 일으키는 그 지점에 해당된다. 이미 차체가 가벼운데다가 1,370mm로 세 경쟁 모델들 중 가장 짧은 전후 휠 베이스를 갖춘 덕분에 짧은 선회를 가능하게 하는데, 상대적으로 긴 스윙암으로 리어 타이어로 전달되는 토크를 진득하게 전달해주니 차체가 널뛰는 느낌은 최소화되고 그만큼 라이더에게 자신감을 부여한다. 코너를 탈출해 가속 해나가는 과정도 활기 넘친다. 최고 마력이 발휘되는 지점은 10,000rpm이고, 계기판 상의 레브 리미트는 12,000rpm부터였지만 실제로는 거의 1,3000rpm까지 회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회전수를 높여서 달리고 또한 기어를 낮출 때에도 어시스트 슬리퍼 클러치 덕분에 변속 충격은 잘 완화되어 안정감을 높여줬다. 한계점을 테스트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이미 충분한 기본기 덕분에 사람들이 왜 닌자 400을 이 클래스의 최강자로 인정하는지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길게 설명하니 복잡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데, 사실은 아주 명쾌하다. 아주 편안하고 재미있고 즐겁게 탈 수 있다. 물론 트랙데이 등에서 기록을 더 앞당기고 싶다거나, 레이스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진다면 부족하게 느껴지거나 다듬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겠지만 말이다.


<서킷에서도 충분히 즐겁다>

<본격적인 서킷주행을 위해서는 더 맣은 투자가 필요하다>

<아쉬움이 없진않다>

<현재 판매되는 색상은 KRT와 GRAY 총 두가지>



FOR EVERYDAY 

아마도 순정 상태의 닌자 400에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과 다듬고 개선하고 싶은 부분들은 이미 실제로 닌자 400을 트랙데이 또는 레이스 머신으로 만든 라이더들의 작업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프론트 서스펜션. 직경 41mm의 텔레스코픽 포크는 사실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순정 상태에서 전혀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세밀한 세팅이 불가능하니 개선하고 싶은 가장 첫 번째 요소 중 하나였다. 실제로 닌자 400 개발의 프로젝트 리더였던 쿠니히로 다나카 씨 역시 스스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프론트 서스펜션을 꼽은 바 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 때문에라도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던 프론트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와 닛신의 액시얼 마운트 브레이크 캘리퍼도 좀 더 본격적으로 욕심을 낸다면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기존 닌자 300에서보다 높은 수준의 제동력을 발휘하는 조합으로 구성되었지만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부족할 수 밖에. 그나마 링크식 구조의 리어 서스펜션은 5단계로 초기 하중 조절이 가능한 타입이지만, 트랙에서의 최고속을 노리는 본격적인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아무래도 아쉽다.


<직경 41mm의 텔레스코픽 프론트 포크 세팅>

<링크식 구조의 리어 서스펜션은 5단계로 초기 하중 조절 가능>

<순정 타이어로 던롭 스포츠맥스 GPR300 장착>

<순정 머플러의 엔드는 적당한 크기다>


편안한 포지션을 제공하는 다소 높게 배치되고 있는 좌우 핸들바 뭉치나 편안하지만 본격적인 설정과는 차이가 있는 풋 스탭의 위치도 본격적인 스포츠 라이딩을 원하는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아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애초에 닌자 400은 완전히 슈퍼스포츠를 지향한 모터사이클은 아니다. 2018년형에서 개선된 현재의 모델에서 경량급 스포츠 모터사이클로 더 강조되긴 했지만, 닌자 400은 스포츠 투어링 모터사이클을 관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다. 본격적인 스포츠 모터사이클로써의 관점에서 부족하거나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결국 닌자 400의 가장 주된 활용 영역인 일상에서의 스포츠 주행에서는 거의 모두 장점으로 작용한다. 스포츠 지향점이 명확하지만 장거리 투어링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법한 편안한 핸들바 포지션과 시트의 위치 등에서도 그렇고 심지어는 간단한 수하물을 싣는 것까지 고려한 고정용 후크들도 준비되어 있다. 욕심같아서는 레이스와 트랙데이를 위한 스포츠 라이딩 도구로써 닌자 400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솔직히 그것을 위한 투자 비용이 만만치는 않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및 배기 시스템 등을 포함해 실제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서 비용을 투자한다면 신차 판매 가격 정도는 우스워질 정도로 비용을 들일 수도 있다. 비용을 투자하기에 아깝지 않을만큼 충분히 훌륭한 기초를 갖추고 있지만, 모두가 차량 가격 이상을 투자할 순 없는 법이다. 동급 최고 수준의 출력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증명된 차체 완성도, 레이스에서 활용할 수준으로 높은 잠재 능력은 물론인데 심지어 타기 쉽고 편안하기까지 한 것이 닌자 400이다. 다재다능할 수 있는 높은 기본 성능이 꼭 서킷에서의 활용성에만 초점이 맞아 있을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일상 생활에서의 출퇴근이나, 근거리 또는 장거리 투어링도 충분히 가능하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그러니까 이 클래스에서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을 뿐더러,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디자인적 호불호와 가와사키 특유의 컬러 감각과 같은 아주 특징적인 모습들이 처음엔 썩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만히 자꾸만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빠져들기도 한다. 가와사키에 열광하는 팬들이 생겨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모델로 닌자 400은 부족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가와사키란 브랜드에 처음으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경험해 볼 만한 모델 중 하나다.



아니다. 오히려 가와사키란 브랜드가 가진 강한 개성과 그에 대한 선입견 등을 내려놓고 보더라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그 자체로 일상에서 즐기는 것에서 멈추거나, 일상에서의 라이딩을 즐기다가 좀 더 본격적인 스포츠를 꿈꾸게 되거나 그 어느 쪽이든 추천할 만하다. A2 클래스에 해당되는 동급 모델들을 암살할 수 있는 닌자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닌자는 역시 닌자다.



글  / 더 모토 나경남 

사진 / Vehicle Photography 김성원, 방기배

취재협조 / 대전기계공업 www.kawasak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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